“오줌은 참으면 병이 되고, 똥은 참으면 약이 된다.” 어릴 적 어른들로부터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입니다. 짧지만 강렬한 이 표현은 과연 진실일까요, 아니면 지나간 시대의 속설일 뿐일까요? 이 글에서는 현대 의학과 생리학적 관점에서 배뇨와 배변 습관의 진실을 살펴보겠습니다. 단순히 ‘참는다 vs 참지 않는다’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핵심입니다.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은 매일 반복되는 이 자연스러운 행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1. 오줌을 참는 습관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1-1. 방광의 구조와 소변 저장의 메커니즘
사람의 몸속에는 ‘방광’이라는 이름을 가진 주머니가 하나 있습니다. 이름부터가 참 우리말처럼 들리죠. 이 방광은 우리가 마신 물이나 음료가 체내에서 걸러진 뒤, 노폐물의 형태로 저장되는 공간입니다. 대개 300ml에서 500ml 정도의 소변을 저장할 수 있는데요, 이 수치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방광이 어느 정도 차오르면 뇌에 ‘이제 그만 좀 비워주라’는 신호를 보내죠. 그러면 우리는 화장실을 찾게 됩니다. 그런데 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의도적으로 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됩니다.
1-2. 오줌을 참을 때 생기는 위험들
소변을 억지로 참고 견디는 일이 반복되면, 방광은 점차 자기 역할을 잃어갑니다. 마치 말을 듣지 않는 고장 난 저장고처럼 되어가는 셈이죠. 방광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그만큼 수축력이 떨어지고, 소변을 다 배출하지 못해 잔뇨가 남게 됩니다. 이 잔뇨는 세균에게는 아주 훌륭한 온상입니다. 세균은 따뜻하고 축축한 환경에서 번성하니까요. 이렇게 방광 안에서 세균이 증식하면 방광염이 생기고, 더 심해지면 요로감염, 심지어 신장까지 염증이 퍼질 수 있습니다. 특히 남성은 전립선이 발달해 있어, 전립선 비대증이 있다면 이런 상황이 더욱 악화되기 쉽습니다. 즉, ‘오줌 참기’는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닙니다.
1-3. 반복적인 참기는 배뇨 기능 저하 유발
‘나는 좀 더 참을 수 있어.’ ‘지금 화장실 가기 귀찮아.’ 이런 생각이 습관이 되면 방광은 뇌의 명령에 점점 둔감해집니다. 결국 배뇨욕구 자체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배뇨 리듬이 깨지게 됩니다. 야간에 자주 깨서 화장실을 가는 ‘야간뇨’, 급하게 소변이 마려워 참기 힘든 ‘급박뇨’, 자주 화장실에 가게 되는 ‘빈뇨’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불편한 수준을 넘어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됩니다. 배뇨는 단지 노폐물 배출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건강 습관입니다.
1-4. 소변은 제때 보는 것이 최선의 건강 습관
전문의들은 일반적으로 하루 6~8회 정도 배뇨를 권장합니다. 물을 많이 마셨다면 그보다 더 자주일 수도 있겠지요. 중요한 것은 ‘신호가 왔을 때 즉시 반응하는 것’입니다. 방광이 보내는 메시지를 무시하지 마세요. 이것이 곧 내 몸의 언어입니다. 참는 것이 미덕인 시대도 있었지만, 건강 앞에서는 참는 것이 해가 될 수 있습니다. 오줌은 절대 참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내 몸을 존중하는 첫걸음입니다.
2. 똥을 참는 것이 정말 약이 될까?
2-1. 장의 운동과 배변 리듬
사람의 몸속에는 매일같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기관이 있습니다. 바로 장(腸)입니다. 이 장은 우리가 섭취한 음식을 잘게 부수고 흡수한 뒤, 남은 찌꺼기를 대변의 형태로 만들어 내보내는 역할을 하죠. 이 모든 과정은 일정한 리듬을 따라 이뤄집니다. 이를 '연동운동'이라 부릅니다. 마치 지하철이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듯이, 장도 규칙적인 배변 리듬을 통해 몸의 질서를 유지합니다. 장과 뇌는 서로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는데, 이를 ‘장뇌축(Gut-Brain Axis)’이라 합니다. 마음이 편안하면 장도 평화롭고, 반대로 긴장하면 장도 덩달아 경련을 일으키는 걸 보면 참 신기하지요. 그래서 배변도 단지 물리적인 행위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함께 만들어내는 조화의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2-2. 참으면 수분 흡수가 촉진된다?
‘똥을 좀 참으면 더 성숙한 똥이 나온다’는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한의학에서는 장 안에 대변이 오래 머물면 수분이 더 흡수되어 변이 잘 성숙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느 정도는 그럴듯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이 과학적으로 완전히 뒷받침되지는 않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가끔 참는 것이 장을 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참는 일이 습관이 되면, 대장은 그만큼 수분을 더 빼앗아가고, 변은 딱딱해지기 쉽습니다. 결국 이는 배출을 어렵게 만들고, 변비를 유발하게 됩니다. 참는다고 모두 약이 되는 건 아닙니다. 약이 되려면 그 과정이 몸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작용해야 하지요.
2-3. 똥을 자주 참으면 생기는 문제
대변을 자주 참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만성 변비입니다. 장은 하루하루의 신호를 받아 제 역할을 다 해야 건강한데, 이 신호를 계속해서 무시하다 보면 기능이 둔화되고, 배출 능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대변은 장 속에 오래 머무를수록 수분을 잃고, 단단하게 굳어지죠. 그러면 배출할 때 힘을 더 줘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항문이나 직장 부위에 무리가 갑니다. 그래서 생기는 것이 바로 치질, 그리고 심한 경우엔 직장 탈출증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병들은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립니다. 단지 ‘참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속설을 믿고 있다면, 그건 오히려 몸을 해치는 길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셔야 합니다.
2-4. 약이 되려면 참는 게 아니라 ‘조절’이 중요
그렇다면 정말 똥을 참는 게 약이 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조절’이라는 조건이 따라야만 가능합니다. 배변의 충동이 느껴졌을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우리 몸에 규칙적인 신호를 훈련시키는 것도 필요합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화장실에 가는 습관, 이를 우리는 ‘장 훈련(Bowel training)’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몸에 자연스럽게 배변 리듬을 만들어주며, 장이 본래의 생리적 기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참지 않는 것, 그러나 조절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속설이 말하고자 했던 ‘약이 된다’는 말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3. 배뇨·배변 참기의 부작용
3-1. 임상 사례로 본 방광염 발생률 증가
숫자는 가끔 말보다 더 강력한 진실을 보여줍니다. 2020년 미국 비뇨기학회(AUA)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평균 두 번 이하로 소변을 보는 습관을 가진 여성은 방광염 발생률이 일반 평균 대비 2.5배 이상 높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명백한 질병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고입니다. 특히 직업상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분들, 예컨대 간호사, 교사, 콜센터 근무자처럼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기 어려운 직군에서 그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유추할 수 있는 건 분명합니다. 소변을 참는 것은 단지 불편함을 넘어서, 신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행동이라는 점입니다.
3-2. 어린이와 노인에게 더 큰 영향
사람은 나이에 따라 몸의 반응이 달라집니다. 어린이와 노인, 이 두 연령층은 특히 '참는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아이들은 신체 신호를 조절하는 능력이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변을 참는 것이 반복되면 야뇨증이나 기능성 배뇨장애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특히 배변을 억제하다가 ‘실수’를 반복하게 되면 정신적 위축감까지 동반되죠. 노인의 경우는 반대입니다. 신경 기능이 쇠퇴하면서 방광이나 대장의 감각이 무뎌지고, 제어력도 떨어지죠. 이런 상태에서 배뇨·배변을 참는 것은 무리이자 위험입니다. 방광에 소변이 가득 찼음에도 감지하지 못하거나, 제때 비우지 않아 요로감염이 악화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결국 나이에 따라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3-3. 만성 변비가 유발하는 건강 문제
변비는 단지 '배출이 힘든 불편함' 정도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만성 변비는 그 이상의 문제를 야기합니다. 대한소화기학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변비 환자의 약 45%가 평소 대변을 참는 습관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참는 행동이 반복되면 대장은 점차 감각을 잃고, 변은 더 딱딱해지며, 결국 배출이 힘들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변을 빼내기 위해 과도한 힘을 쓰게 되면 항문 주변 혈관이 터지거나 늘어나면서 치질이 생깁니다. 게다가 장내 압박으로 인한 식욕 저하, 복부 팽만, 체중 감소 같은 2차 문제도 뒤따르죠. 이런 복합적 문제는 단순히 소화기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주의를 요합니다.
3-4. 장 기능 저하와 면역력의 상관관계
장이 단지 음식물의 소화와 배출만 담당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현대 의학은 장을 ‘제2의 뇌’라 부를 정도로 신체 전체 기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봅니다. 장은 면역세포의 약 70%가 모여 있는 면역의 핵심 부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배변을 자주 참으면 장의 연동운동이 둔화되고, 그 결과 장내 유익균은 줄어들고 유해균이 증가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면역력은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염증성 장 질환, 과민성대장증후군, 알레르기, 심지어 피부 트러블까지도 장 기능 저하와 무관하지 않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대변을 제때, 적절히 배출하는 것은 단순한 쾌변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 면역 체계를 지키는 핵심적인 건강 습관입니다.
4. 건강한 배뇨와 배변 습관을 위한 실천법
4-1. 규칙적인 화장실 루틴 만들기
몸은 리듬을 좋아합니다. 장 역시 예외는 아니지요. 특히 장은 반복적이고 일정한 습관에 익숙해지면 스스로 시간을 기억하고 준비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또는 식사 후 일정한 시간에 화장실을 가는 루틴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일정한 시간에 앉아만 있어도 장이 반응한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처음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장이 학습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배변 신호가 정해진 시각에 찾아오게 됩니다. 이렇게 형성된 루틴은 변비를 예방하는 데에도 아주 효과적입니다. 단, 너무 억지로 배출하려 하기보다는, 자극 없이 자연스럽게 장에 신호를 보내는 데 목적을 둬야 합니다.
4-2. 수분 섭취와 식이섬유 조절
장과 방광은 서로 다른 기관이지만, 이 둘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공통 요소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물’입니다. 하루 수분 섭취량이 부족하면 변은 딱딱해지고, 소변량도 줄어들어 노폐물 배출이 어려워집니다. 일반적으로 하루 1.5~2리터 정도의 물을 나눠 마시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여기에 식이섬유를 곁들이면 장 운동이 더욱 활발해지지요. 식이섬유는 대변의 부피를 늘려 장벽을 자극하고, 연동운동을 촉진해 자연스러운 배변을 유도합니다. 단, 물 없이 섬유질만 섭취하면 오히려 변이 굳을 수 있으니, 물과 식이섬유는 반드시 세트로 생각하셔야 합니다. 아침 공복에 미지근한 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 이보다 좋은 습관은 흔치 않습니다.
4-3. 배뇨와 배변 욕구를 무시하지 않기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는 일이 습관이 되면, 언젠가 그 신호가 더 이상 오지 않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감각 무뎌짐'의 시작입니다. 소변이 마려울 때 혹은 대변이 몰려올 때, ‘조금만 더 참자’는 선택이 반복되면, 몸은 점점 자극에 무뎌지고, 자연스러운 배출 리듬이 깨집니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업무에 집중하다 보면, 신호를 놓치기 십상입니다. 이럴수록 의식적으로라도 신호에 귀 기울이고 즉시 반응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배뇨·배변은 선택이 아닌 생리적 필수입니다. 내 몸이 요구할 때 그에 응답해 주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첫 번째 원칙입니다.
4-4. 화장실 가는 걸 참기 어려운 환경 바꾸기
현대인의 생활은 여유롭지 않습니다. 회의 중, 고객 응대 중, 혹은 이동 중에 배뇨·배변 욕구를 느끼더라도 참고 넘어가는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건강은 서서히 무너져 갑니다. 따라서 개인의 의지보다도 환경 개선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직장에서는 화장실 접근성이 떨어지는 구조나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고, 장시간 외근이 잦다면 일정 중간중간 화장실 시간을 포함한 스케줄링이 요구됩니다. 이는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서, 구성원의 신체적 건강과 직무 몰입도를 높이는 기반이 됩니다. 몸이 편해야 마음도 편하고, 그래야 일도 잘 됩니다. 참는 것이 미덕이 아닌 시대, 이제는 말하고 바꾸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맺음말
‘오줌은 참으면 병이 되고, 똥은 참으면 약이 된다’는 말, 오래된 속설이지만 그 안에는 일견 타당한 부분도 있고, 지금은 수정되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의학적으로 보면 오줌은 가능한 한 참지 말아야 합니다. 방광은 신호를 무시할수록 손상되고, 그로 인해 삶의 질은 점점 나빠집니다. 반면, 대변은 일정한 리듬을 만드는 습관 속에서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건강에 더 이롭습니다. ‘참는다’기보다 ‘조절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지요.
우리는 몸의 신호를 소홀히 여기기 쉽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번거롭다는 이유로. 하지만 건강은 그런 작은 무시들에서부터 무너져 내립니다. 하루 한두 번의 배뇨·배변 습관을 돌아보고, 나만의 리듬을 찾는 것. 그것이 바로 건강을 지키는 시작입니다.
몸은 늘 말을 겁니다. '지금 좀 비워줘'라고요.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시길 바랍니다. 귀를 막는 순간, 질병은 말을 걸기 시작합니다. 가장 좋은 의사는 늘 내 몸 안에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매일의 습관이야말로 진짜 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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